천천히 항해하는 달팽이 셰프

숲속 식당에 점심 종이 울렸어요. 토끼 보보와 다람쥐 라미는 자리에 앉자마자 음식을 빠르게 먹었지요. “내가 먼저 다 먹을 거야!” 접시 위 음식은 눈 깜짝할 사이에 줄어들었어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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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런데 보보는 당근수프가 달았는지 고소했는지 떠오르지 않았어요. 라미도 배가 어떤 느낌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지요. 둘은 서로의 빈 접시만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했어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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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때 커다란 잎사귀 배가 식탁으로 천천히 다가왔어요. 선장은 달팽이 셰프 느루였지요. “맛의 섬은 서두르면 지나치기 쉬워. 나와 천천히 항해해 볼래?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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친구들은 등을 의자에 편안히 기대고 바르게 앉았어요. 느루는 먹기 좋은 작은 한입을 준비했지요. 모두 입안의 음식을 다 씹고 삼킨 뒤에 다음 한입을 떠 보기로 했어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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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물오물, 천천히 씹으니 새로운 맛이 나타났어요. “당근이 달콤해!” “버섯은 향긋해!” 친구들은 바삭한 소리와 부드러운 느낌도 발견했어요. 식탁이 맛의 바다로 변한 것 같았지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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보보는 숟가락을 잠시 내려놓았어요. “내 배가 이제 꽤 편안하다고 말하는 것 같아.” 라미도 조용히 자기 느낌을 살폈지요. 더 먹고 싶은지, 여기서 멈추고 싶은지는 저마다 달랐어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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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번에는 누가 먼저 끝나는지 겨루지 않았어요. 입안의 음식을 삼킨 뒤 이야기를 나누고, 아직 먹는 친구도 기다려 주었지요. 함께 웃는 동안 식탁은 따뜻하고 느긋한 배가 되었어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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식사가 끝나자 느루가 웃으며 물었어요. “오늘 어떤 맛의 섬을 만났니?” 보보와 라미는 신나게 발견한 맛을 들려주었어요. 그날부터 친구들은 작은 한입으로 천천히 항해하며 자기 몸의 느낌에도 귀 기울였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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